2018년 4월 27일 금요일

블랙홀 처럼 빛을 빨아들이는 행성이 있다?

우연찮게 아래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상식을 뒤엎는 엄청난 제목의 기사입니다. 마치 행성 즉 항성 주위를 도는 천체인 것 같은데 빛을 빨아들이는 천체가 발견되었다는 제목 같습니다.

기사는 블랙홀 같은 사진을 제일 위에 보여주면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블랙홀은 우주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마성의 공간이다. 그런 블랙홀처럼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행성이 있다고 한다.
모든 빛을 빨아들이면 그건 블랙홀 수준의 중력을 가진 것이 아닐까 의심됩니다. 행성이라고 보기에는 차라리 블랙홀 그 자체라고 칭하는게 맞을 정도네요.
눈여겨볼 점은 이 행성이 현재까지 발견된 행성 중 가장 어둡다는 사실
어둡다면 정말 블랙홀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행성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에는 나트륨과 칼륨이 두텁고 풍부하게 존재, 이런 원자들이 빛을 흡수
드디어 나왔군요. 뭔가 이상하다고 했더니만 블랙홀과는 다른 내용이 나타나네요.

개인적으로 판단하자면, 제목의 어감이 내용과는 좀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마성의 공간?

우선 서두의 내용부터 살펴봅시다.

블랙홀이 우주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마성의 '공간' 이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틀렸습니다.

블랙홀은 밀도가 거의 무한대인 천체로, 빛 조차도 특정 한계까지 다가가면 블랙홀을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중력을 가진 천체입니다. 이름 처럼 구멍이 뻥 뚫린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보통은 블랙홀을 이렇게 우주에 구멍이 뻥 뚤린 것 처럼 표현하는데 이 그림은 맞는 표현 방법입니다. 하지만 구멍이 뚤린 것이 아니라 중앙에 블랙홀이 있고 이 주변의 빛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기 때문에 마치 구멍이 있는 것 처럼 보일 뿐입니다.

블랙홀은 빛이 빨려 들어가는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 쉽게 표현하자면 빛이 탈출하지 못 하는 경계) 내부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까맣게 보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주변 부에 공간이 휘어져 있는 듯한 표현은 블랙홀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한 중력렌즈 효과로 블랙홀 주변으로 날아가는 빛이 휘어져서 이런 식으로 왜곡되어 보입니다.

어쨌거나 구멍처럼 보이지만, 블랙홀은 실제로는 구멍이 아니라 천체입니다.

블랙홀은 어둡다

그 다음으로 볼 것은 '어둡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블랙홀은 빛을 흡수하니 무조건 어두울 거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블랙홀은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사건의 지평선 내부는 빛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까맣게 보입니다. 활동을 하지 않는 블랙홀은 위 처럼 구멍 뚤린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활동 중인 블랙홀은 다릅니다.



블랙홀의 또다른 일러스트 방식으로 유명한 것이 위와 같은 그림입니다. 가운데 구 모양은 블랙홀의 사건의 경계선 입니다. 블랙홀 천체 자체는 얼마만한 크기인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불가능합니다만 저 까만 구체보다는 작다고 보면 됩니다.

블랙홀의 극지점에서 우주쪽으로 뭔가가 뻗어 나가는 것이 보이는데 이는 블랙홀에서 발출되는 에너지로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전파입니다만 일러스트에서는 빛나는 가스 처럼 묘사되어 있습니다.

블랙홀 주변에 마치 토성의 띠 처럼 원반이 보이는데 이걸 강착원반(accretion disk)이라 부릅니다. 강착원반은 주로 항성이나 가스행성 등의 구성성분인 가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블랙홀이 주변 별을 폭식 하면서 남은 잔재이거나 혹은 블랙홀 주변에 왔다가 망가진 별의 잔해가 계속 궤도를 돌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

강착원반은 엄청나게 빠르게 회전하고 있으며 회전으로 발생하는 압력으로 인해 열이 발생해서 굉장히 밝게 빛납니다. 이런 강착원반이 있는 블랙홀은 무시무시하게 밝습니다. 아주 가까이 가지 않는 이상 별 처럼 보일 정도지요.

즉 블랙홀은 아예 안보이거나 혹은 너무 밝은 별 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아예 안보이는 잠자는 블랙홀은 방출하는 에너지도 없어서 관측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주변 항성의 움직임을 토대로 예상할 뿐이지요. 반면 폭식 중인 블랙혹은 방출하는 에너지가 많아 X선 등으로 관측이 가능합니다.


이미 인터스텔라 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블랙홀의 모습은 실제 과학자가 재현을 잘 했다고 칭찬했을 정도로 이론을 잘 보여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블랙홀 주변의 빛나는 띠가 강착원반이고 사건의 지평선 주변의 밝은 빛은 이 강착원반의 빛이 중력렌즈 효과로 블랙홀 뒤의 빛이 주변으로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블랙홀의 실제 사진이 나온 것이 없어서 진짜로 저렇게 보이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곧 실제 사진이 나온다고 하니 조만간 알 수 있겠지요.

흡수와 저반사

어두운 행성은 왜 어두울까요? 색이 까만색이어서 그렇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까만색 등 어두운 색은 왜 어두운 색일까요? 대표적으로 생각 할 수 있는 원인은 바로 '빛의 반사량이 적다' 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색을 판단하는 방법은 특정 물체에 빛이 부딪히고 이것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올 때의 파장을 시세포가 인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빛의 반사가 심한 색상이나 물질은 밝게 보이고 반사가 덜한 색상은 상대적으로 어두워 보입니다.

위에서 밝힌 여러 빛을 흡수하는 물질은 다르게 말하자면 이런 물질의 색은 어두운 색상이라는 말이 됩니다.

이번에 발견되었다는 행성도 빛의 반사량이 적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둡게 보이는 행성입니다.

그런데 블랙홀은 빛을 강력을 중력으로 빨아들여서 사건의 지평선 내부에 가둡니다. 즉 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흡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행성은 빛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행성에 도달하는 빛을 반사하는 양이 적을 뿐 입니다. 이 별의 대기 성분이 도달하는 빛의 대부분을 흡수해 버립니다.

즉 블랙홀과 비교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생각됩니다.

결론

제목을 하필이면 블랙홀에 견주었다는 점은 기자의 실수라고 생각됩니다.

WASP-104b 는 WASP-104 항성(별) 주위를 공전하는 두 번째 행성이며 가스로 구성된 행성입니다. 대기의 구성성분이 빛을 흡수하는 원소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행성으로 들어오는 빛의 97% 이상을 흡수해서 굉장히 어둡게 보이는 행성입니다. (위키백과 기준이며 흡수량이 기사와는 다릅니다)

분명히 어두운 것은 사실이나 이를 블랙홀과 견주는 듯한 제목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트래픽을 늘리기 위한 약간은 선정적인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쨌거나 우리가 할 일은 이런 선정적인 제목에 휘둘리지 않도록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고 이는 이공계에 지속적인 투자가 되어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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