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일 월요일

"애플, 페이스북 사태로 의문의 1승" 기사를 읽고

이번 글의 주제는 아래 기사입니다.
'쇄국정책' 애플, 페이스북 사태로 의문의 1승 (아시아경제)
최근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유출 사태를 들어 애플이 폐쇄성 덕분에 의문의 1승을 거뒀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개인적으론 이 기사가 다루는 팩트 자체가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논지에 전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입니다.

iOS VS Android

우선 애플과 구글의 정책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내용입니다.
애플은 사용자의 정보가 제3자로 제공되는 것을 최대한 폐쇄, 구글은 그 반대 정책
이 내용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좀 위험합니다.

물론 애플은 초기 부터 개인정보의 취득을 상당히 제한해 왔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애플의 모바일 디바이스용 OS인 iOS 는 관리자의 권한과 사용자의 권한을 철저하게 분리시켰고, 개인정보 취득 방법을 특수하게 정의하고 제한 하였으며 이 또한 사용자에게 일일이 확인 과정을 거쳐야만 사용이 가능하게 하였고 한번 거부되면 이를 다시 허용하는 것을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보호를 받는 개인정보의 영역을 세분화하여 사용자가 좀 더 상세히 확인 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개인정보를 전송하는 것을 앱 제작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한하고 있습니다.

즉 애플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땠을까요?

구글이 인수해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는 처음부터 구글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오픈소스로 대중에 의해 개발되고 있던 OS 였습니다. 따라서 최초 설계는 구글의 정책과는 달랐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지금도 오픈소스 프로젝트인건 변함이 없지만 구글이 많이 주도한다는 점은 다르겠지요.

그리고 안드로이드가 iOS에 비해 취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종류가 많았고 이를 사용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부실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프라이버시 정책을 상당히 강화해 오고 있습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비교하자면, 여전히 취득 가능한 개인정보 종류는 많지만 적어도 이를 확인하는 과정 자체는 iOS 수준 까지 강화한 상태로 판단됩니다.

즉 구글이 애플에 반대되는 정책이다 라는건 틀린 말입니다. 구글도 개인 정보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고 정책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단지 획득 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종류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 뿐이지요.

그럼 애플이 의문의 1승인 것 맞나?

저는 '애플이 의문의 1승을 했다' 라는 표현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애플이 계속 취해온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은 일관적 이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획득 할 수 있는 정보 자체를 제한한 상황에서 사용자의 동의 없는 개인 정보 획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개인정보 보호 정책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애플이 취해온 개인정보 보호 정책 덕분에 페이스북이 획득하려던 상당수의 정보(통화기록 등)는 차단되었고 덕분에 (탈옥되지 않은) 아이폰 등에서는 대체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았습니다.

즉 이는 애플의 당연하고 정당한 승리입니다. 기자가 표현한 '의문' 의 승리가 아닙니다. 

왜 이것이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있는데 어쩌다 상대적으로 얻는 승리' 라는 의미의 '의문의 승리' 라고 표현했는지 기자의 사상이 의심(?) 스럽습니다.

사족

기사의 마지막 부분을 살펴보지요. 대충 아래와 비슷하게 적혀 있습니다.
애플이 그리 자신만만해 할 일도 아니다. 그들의 폐쇄성과 비밀주의가 항상 소비자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아이폰 성능을 떨어뜨려놓고 문제가 되자 "배터리 값을 깎아주면 되지 않나"라고 했던 일을 소비자는 아직 기억한다
일단 애플이 잘못을 했다는 것 자체는 문제 삼을 생각이 없습니다. 사실이니깐요.

하지만 논지와는 다른 엉뚱한 내용을 끌어들인 것 부터 문제를 삼아야 겠지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이슈인데 위 인용구는 개인정보와 관련되지 않은 기업 정책을 끌어 들여서 문제 삼고 있으니깐요.

이 한 단락 때문에 저는 이 글에 병신기사 태그를 달기로 했습니다.

또한 이 기사의 큰 단점은 폐쇄성을 모두 하나로 뭉뚱그리려는데 있습니다. 폐쇄적인 개인 정보 획득 정책과 폐쇄적인 앱 생태계 정책은 완전히 다른 분류로 봐야 합니다만 이 둘을 합쳐서 결국 애플의 특징을 만들려는 이상한 의도가 보입니다.

기사에는 왠만하면 모든 내용을 관련성이 있는 내용으로 채웠으면 좋겠네요. 이런 식으로 연관성이 부족한 내용을 붙여 넣으면 독자를 호도 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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