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8일 금요일

사랑니 발치에 관한 기록 - 쉬운편(?)

오랫만에 이 블로그에 글을 남겨보네요.

태어난지 엄청 오래되었는데 (정확한 나이는 비밀이지만 40대에 가까워 지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사랑니를 하나 뽑았습니다. 그것도 아파서가 아니라 옆의 이가 부서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 녀석 치료도 하는 겸 사랑니에 충치도 있는 겸 뽑기로 했지요.

아마도 이 글은 다른 사랑니 발치 글과는 다르게 매우 가벼운 내용일 겁니다. 그래서 제목이 '쉬운편' 입니다.

1. 발치 전 상태

윗쪽 왼쪽편 어금니, 사랑니 바로 옆의 어금니가 살짝 부서진 상태로 안쪽부터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랑니 역시 약간은 썩었지만 둘 다 통증은 없는 상태였지요.

윗쪽 사랑니는 두개 다 깔끔하게 난 상태였고 대부분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도 뿌리가 어떤지는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X레이 사진을 보니 올바르게 난 상태였습니다. 아주 쉽게 뽑을 수 있다네요.

그 외에 아랫쪽(하악) 사랑니가 누워서 완전히 나긴 했는데 통증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아랫턱의 사랑니들은 한동안은 무시하기로 했습니다.

2. 발치 전 준비

치과에서 발치 전부터 미리 약을 먹으라고 처방해 주더군요. 하루 전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약은 진통제와 항생제였습니다. 특히 치과 오기전에 먹으라고 하더군요. 미리 진통 효과를 보기 위함으로 추측됩니다. 물론 항생제의 효과도 있겠지만요.

그 외에 별 다른건 없었습니다.

3. 발치
치과에 가는 동안 이런 저런 걱정이 듭니다. 가기 싫습니다.
치과 입구에 도착하니 이런 저런 걱정이 듭니다. 들어가기 싫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이런 저런 걱정이 듭니다. 당장 도망가고 싶습니다.
동의서의 서명을 받더군요. 익히 알려진 대로 주의사항과 부작용 등을 감수하며 시술에 동의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딜가나 다 받는 거고 저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스윽 읽어보고 서명을 하였습니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얼굴을 뭔가로 덮습니다. 코와 입 쪽에만 구멍이 뚤린 천이지요. 빛이 강하기 때문에 눈을 보호하는게 주목적이라 생각됩니다.

잇몸에 마취 주사를 놓습니다. 뽑으려는 이빨의 잇몸에 1~2방 정도 따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약간 깊게 한방을 더 맞았는데 이건 별로 아프진 않았습니다. 그냥 뭔가 푹 들어간다는 느낌?

신경치료를 받아 보셨다면 마취하는건 비슷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사랑니를 뺄 때의 마취가 신경치료 때 보다는 약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미리 찾아본 정보에서는 마취 한 후 10~15분 정도 기다린다고 하는데 전 그런거 없었습니다. 주사를 놓자마자 바로 "마취 확인할게요. 아파요? 오케이" 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느낌이 없었으니 잘 된 거겠죠 뭐...

마취가 끝난 후 이빨을 집게로 건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뽑는 건 아니었습니다. 볼 수가 없으니 뭔지 모르지요.

그리고 나서 이빨에 뭔가를 거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프면 왼쪽 손 드세요" 라는 이야기와 함께 말이죠. 좀 거칠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진짜로 뽑기에 들어갑니다. 볼 수 없으니 뭔지는 모르겠지만 뻰치 같은걸로 이빨을 사정없이 흔들어 댑니다. 조금씩 조금씩 흔드는 힘이 세집니다. 잇몸에서는 으드득 거리는 느낌과 소리가 들립니다. 기분이 나빠집니다. 무진장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뚝 하는 느낌과 함께 입에서 뺀치가 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정작 이빨이 빠지는 것은 안느껴졌습니다. 마취주사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끝났습니다. 거즈 무세요"

마취부터 발치까지 5분도 안걸렸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윗쪽 턱에 곧게 난데다 뿌리까지 곧고 심하게 썩지 않은 사랑니 였습니다. 다른 분들 후기처럼 아랫턱의 매복사랑니를 빼는건 아니라 시술이 무척 간단하게 끝납니다.

덕분에 실로 꼬메는 등의 봉합과정도 없었습니다.

3. 발치 후 3시간

거즈는 3시간 가량 물고 있으라고 합니다. 꽉 물고 있어야 한다고 하네요.

시술비용은 보험이 적용되어서 만원도 안되게 나왔습니다. 사랑니를 미용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뽑을 때는 의료보험이 적용됩니다.

별도의 처방도 없이 "집에 가세요. 남은 약 잘 챙겨 드시구요." 라는군요. 언제 오면 되냐니깐 "사랑니 뽑은거 때문에 올 일은 없어요" 라네요. =_=

집에 갔습니다. 거즈 물고 있으니 턱이 아픕니다. 하지만 심하게 아픈건 아닙니다. 그냥 뻐근합니다.

문제는 피가 계속 나온다는 거네요. 피는 절대로 뱉지 말고 그냥 삼키라는 조언에 계속 삼키긴 했습니다만 그 덕분인지 속이 계속 메스꺼웠습니다.

약 2시간 정도 경과하니 더이상 물고 있기가 싫어집니다. 입 안의 피비린내도 그렇고 몹시 불편합니다. 찾아보니 2시간 정도 물고 있으면 괜찮다기에 30분만 더 기다렸다 화장실에 가서 거즈를 뱉어 냈습니다.

시술 후 3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 마취가 풀릴 시점이지요. 많이들 아프다고 하는 시기입니다.

...

하나도 안아팠어요. 그냥 얼얼한 수준? 헤헤

곱게 난 사랑니 뽑는건 이렇습니다.

문제는 피가 계속 나고 있다는 건데, 심하게 나는건 아니고 조금씩 새어나온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삼켜야죠 뭐. 으으 메스꺼워

4. 다음날(2일차)

피가 아직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입 안에 고이는 수준은 아니고 침에 좀 섞여 있는 정도입니다. 입에서 여전히 피비린내가 납니다. 피비린내 때문에 출근하면서 속이 메스꺼워 좀 고생했습니다.

통증은 여전히 별로 없습니다. 얼얼한 느낌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피 섞인 침을 삼키는건 여전히 곤욕입니다. 하지만 시험삼아 침을 살살 뱉어보니 또 출혈이 심해지는 것 같아서 뱉지 않기로 했습니다. 침을 뱉는 동작 때 입 안의 압력 때문에 잇몸에 고인 피가 세는 것 같습니다.

양치질은 칫솔에 치약을 묻혀서 했지만 뽑은 부위 근처엔 칫솔이 안닿게 했습니다. 그 외에는 약국에서 가글액 사서 가글하는 정도로 양치를 하고 있습니다. 가글액을 일부러 순한걸 사긴 했지만 이 액이 뽑은 부위에 닿아도 별 느낌은 없었습니다.

저녁 쯤 되니 이제 출혈은 멎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피 맛도 덜해졌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여전히 침을 뱉으려 하면 피맛이 좀 나기도 합니다.

5. 3일차

이젠 괜찮은 듯 합니다. 출혈도 없고 통증도 없고 그냥 허전하고 찝찝할 뿐입니다.

피비린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만 많이 좋아졌습니다. 설마 익숙해진건 아니겠지요?

다만, 죽만 먹는게 질려서 저녁에 약간 매운 양념이 된 닭고기를 같이 먹었는데 슬쩍 피맛이 느껴졌습니다. 황급히 닭고기를 멀리하고 또 조심조심 먹기 시작했지요. 매운것 자체는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이후로 별 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6. 4일차

뭐 이젠 괜찮다고 봐야겠지요. 3일차랑 같은 느낌입니다.

...

마무리

사실 윗쪽 사랑니는 대부분 곧게 나고 그래서 대부분 시술도 간단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글 처럼 별 일 없이 지나가지요.

하지만 저도 매복사랑니가 남았기 때문엔 언젠간 그와 관련된 지옥체험글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언젠간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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